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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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각국의 계급투쟁과 국제정치) | 타는 불에 기름을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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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1-15 11:54 조회1,1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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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코노미스트 2021년 10월 30일자)


타는 불에 기름을 붓다.


한때 라틴 아메리카의 핀란드로 여겨졌던 칠레가 곤경에 처해 있다.

포퓰리즘과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제헌의회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2021년 10월 28일

산티아고


"우리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복면을 하고 막대기를 휘두르는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37세의 시위자 카탈리나(본명이 아니다)는 말한다. 그녀는 칠레가 지난 10월 코로나 관련 통행금지를 완화한 이후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수백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일부 시위자들은 슈퍼마켓과 약국을 약탈했다. 검은색 발라클라바스1)를 입은 다른 이들은 ‘짭새’라 불리는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졌다. 최근 일주일 동안 수도의 주요 도로는 불에 탄 쓰레기 더미로 가득했다. 시내 중심가는 낙서로 뒤덮여 있다. 한 낙서에는 "정부에게 죽음을, 무정부상태 만세."라는 글귀가 휘갈겨 쓰여 있다.


칠레는 라틴 아메리카의 성공 사례 중 하나였다. 1990년과 2015년 사이에 1인당 GDP는 거의 3배 증가했다; 칠레의 1인당 GDP는 현재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동안 대학생 수가 5배나 증가했다. 소득 불평등은 저하됐고, 현재 이 지역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비록 최부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는 훨씬 높지만) 그러나 최소 30명이 죽고 지하철역과 교회가 대대적으로 파괴된 2019년 10월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폭력은 훨씬 더 흔해졌다. 지난 몇 주 동안 시위 중에 3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


2019년 시위 이후, 정부는 제헌의회(constitutional convention)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그 취지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시대부터 내려온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칠레 시민들을 폭넓게 대표하는 헌법제정 기관을 선출함으로써, 대중의 불만이 포퓰리즘과 무정부 상태 같은 대응보다 더 나은 대응으로 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 민주적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에 15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투표가 있었는데, 시민의 43%만이 투표에 참가했다.) 칠레는 30년 전 민주주의로의 복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쁜 최악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극단주의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다. 11월에는 대선이 치러질 것인데, 중도 우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임기 제한 때문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이와 별도로 그는 또 탄핵절차 가능성이라는 문제를 상대하고 있다.) 그를 대체할 인물로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두 명의 정치인은 공산당과 동맹을 맺고 있는 35세의 가브리엘 보리치와 피노체트가 살아있다면 "그는 나에게 투표할 것이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 극우 후보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이다. 카스트 씨는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북부 국경에 "해자(큰 도랑)"을 건설하기를 원한다. 보리치 씨의 선거팀은 그들의 정책이, 이를테면, 미국의 전 대통령 후보인 버니 샌더스의 정책보다 덜 극단적이라고 주장한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급진 좌파들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2년 전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던, 기저에 있는 쟁점들 가운데 다수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상품(1차산품을 말한다) 호황 시기에 신 중간계급이 등장했다. 하지만 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했다. 의학전문지 『랜싯』2)에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산티아고의 가장 가난한 지구에서 태어난 여아의 출생 시점의 기대수명은 가장 부유한 지구에서 태어난 여아의 그것보다 거의 18년 더 짧으며, 이 격차는 멕시코 시티와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포함한 조사된 다른 5개 라틴 아메리카 도시들에서의 격차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한다. (비록 새로 태어난 여아 전부의 기대수명은 여전히 높지만)


대학 등록금은 비싼데 비해 학위의 질은 대체로 형편없다. 연금 수급자의 80% 이상이 최저임금인 33만7,000페소(418달러)를 밑도는 연금을 받고 있다. 2006년, 2011년, 2016년에 이들 분야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후에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 반면 사립학교 교육과 사립 의료 서비스를 받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학자인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와서 씨는 올해 국내 500대 기업의 137명의 경영자와 이사진을 대상으로 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조사에서 그들의 부모 중 절반 미만이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지만, 그들의 자녀의 경우 96%가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권력자들은 자주 빈부격차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2019년 10월 피크타임의 지하철 요금을 30페소 인상한 후, 후안 안드레스 폰테인 경제장관은 칠레 민중들에게 더 높은 지하철 요금을 피하고 싶다면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고 말했다. 칠레 국민들 가운데 현 정치체제를 존중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공적 기관들에 대한 신뢰도는 아주 낮다. (도표 참조) 그리고 선거 참여율도 대단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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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채택된 피노체트 시대의 헌법은 우파에 불균형적으로 큰 배역을 주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칠레대학의 클라우디아 하이스 교수는 주장한다. 상원에서 군부 몫으로 의석들이 유보되어 있는 반면(이것은 2005년까지 유지되었다), 교육과 같은 특정 서비스 제공에서 국가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데는 이례적으로 높은 문턱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피노체트 퇴진 이후 대부분 동안 중도좌파 대통령들이 권력을 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중도우파 야당과 폭넓게 협치를 해야 했다. 이것이 정치를 "카르텔"처럼 보이게 했다고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레빗크시는 말한다.


처음에는, 새로운 헌법 제정이 불신을 받는 체제에 더 많은 정당성을 가져다주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에 있은 새 헌법 제정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투표율은 51%로서 투표가 자발적 투표가 된 2012년 투표(투표자의 78%가 찬성했다.) 이후 최고치였다. 젊은이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투표참여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비록 칠레인들의 제헌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최근 떨어졌지만, 제헌의회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의회와 정당들에 대한 신뢰도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칠레 가톨릭대학의 정치학자인 후안 파블로 루나는 이 제헌의회가 젊은이들 사이에 "정치의 재옹호3)"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은 정치 신인으로 가득 찬 이 제헌의회가 취하고 있는 방향에 대해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 10월 초, 이 의회는 자신의 절차 규칙에 대한 승인을 마쳤다. 그 절차규칙 중 하나는 2019년 봉기 당시 독재정권과 국가가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한 "부정 또는 누락"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고 있다. 헌법 전문가인 세르히오 베르두고는 이 규칙의 모호함이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헌의회의 무관심한 접근이 새로 제정되는 헌법에 그대로 반영될까 우려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공산당이 이끄는 한 그룹은 이 헌장4)의 모든 부분이 3분의 2의 다수에 의해 승인되게 되어 있는 규칙을 회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로 좌파가 이 제헌의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세계 최초의 깨어난5) 헌법이 될 것입니다,"라고 칠레대학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펑크는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장기간의 폐쇄로 상처를 입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엄격한 환경 규칙 - 새 헌법에 포함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 은 이 나라 경제가 크게 의존하는 구리 수출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상원의원들은 칠레 국민들이 연금계좌의 10%를 조기에 되찾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할 참이다. 이것은 COVID-19가 서민가계를 옥죄기 시작한 이후 실행된 같은 종류의 긴급조치 가운데 네 번째가 될 것이다. 이 조치는 지난달에 7년 만의 최고치인 5.3%6)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에 박차를 가할 것 같다.


그러는 동안 폭력은 계속될 것 같다. 10월 8일 수도 산티아고에서 한 좌파 제헌의회 의원이 분노한 군중에 의해 추적을 당했다. 군중은 중도파 의원들과 함께 일하려고 기도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변절자"로 낙인찍고 그녀에게 돌을 던졌다. 칠레의 더욱 출세지향적인 정치인들은 종종 이 나라를 핀란드에 비유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주와 몇 년간의 사건들을 보면 이 나라가 정말로 고장 난 이웃 나라들 중 한 곳7)을 닮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주는 역주

* 역자는 전태일 노동대학 대표

* 이글은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 쓴 글임을 유의하면서 읽기 바랍니다.


1) 머리에서 얼굴과 목까지 다 덮는 순모제의 대형 모자. 주로 군대용 또는 등산용으로 사용되는 방한모.

2) ‘랜싯’은 양날의 끝이 뾰족한 의료용 칼.

3) 혐오나 무관심에서 벗어나 그것의 가치나 정당성을 긍정하는 것을 뜻한다.

4) 새로 제정하는 헌법을 말한다.

5) 2019년 민중봉기 당시 민중은 “칠레는 깨어났다(Chille Despertó)”고 외쳤다.

6)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다.

7) 베네수엘라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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