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세계정세(경제) | 시장경제냐 경제계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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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4-04 13:11 조회3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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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4 4일자글입니다.

  

 

시장경제냐 경제계획이냐?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지배계급은 그린뉴딜전환·디지털대전환 같은 전환이라는 말을 선호한다필자는 격변이라는 말을 선호한다어떤 예상 밖의 일도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에서다요즘 격변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러시아군이 군사훈련 중에 우크라이나로 진격할 거라고 조 바이든이 예고했지만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다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지난 1일 수백 명의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다음날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주요 시설에 무장병력을 투입했다아직 그 상황과 맥락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고작 수백 명의 시위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을 투입한 것은 이례적이다혹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처럼 외세가 개입된 것인지 아니면 자발적인 민중봉기의 시발인지 알 수 없다.

 

 

그보다 주목되는 것은 이 격렬한 반정부시위가 경제난에서 비롯했다는 점이다보도에 따르면 에너지난으로 순환단전 조치가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주민들이 매일 13시간씩 전기 없이 버텨왔다고 한다보유외환이 바닥나 석유·석탄을 제때에 수입하지 못해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관광이 주력 산업인 이 나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전용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최악의 전력난에 노출됐고식료품 가격을 비롯해 물가가 급등했다고 한다. 15년 넘게 지속돼 온 장기대불황그 속에서 터져 나온 코로나19 팬데믹그 와중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취약한 스리랑카 경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민중의 삶을 파탄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모든 나라에 공통된다소비자물가가 올해 들어 계속 7%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미국 노동자의 형편은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유럽에서도 불황이 지속되는 속에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유로존의 경우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7.7%나 상승했다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7년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당초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6%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가스 등 연료값이 치솟으면서 7%대를 기록했다 한다예외적으로 일본에서는 0%대의 낮은 물가상승을 보이고 있는데이는 기업이 가격 상승 대신에 임금억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하지만 이런 일본에서도 고유가로 인해 휘발유 가격과 전력발전 비용이 오르고 식품가격도 상승하고 있어서 물가급등이 예상되고 있다.

 

 

한때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던 세계 경제가 바야흐로 인플레이션에 접어들고 있다불황 타개책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풀었기 때문인데그럼에도 불황은 지속되거나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이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이다그리고 이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대책으로 자본측은 양적 긴축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양적 긴축을 실행하면 불황은 더욱 심화할 것이므로 이 정책 또한 무제한으로 구사할 수 없다금융자본은 후자를 선호할 것이고 실물자본은 전자를 선호할 것이다결국 인플레이션과 불황 사이에서 어정쩡한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노동자·민중에게 물가폭등과 그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로 인해 민생파탄으로 다가올 것이다양적 긴축은 고용삭감·임금삭감과 그로 인한 민생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그 어느 쪽도 결국 노동자·민중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노동자·민중이 저항으로 떨쳐나설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대선 직전에 윤석열이 당선되면 취임 석 달 안에이재명이 당선되면 취임 여섯 달 안에 촛불시위가 터질 거라는 얘기가 서울 구로동의 고등학생들 사이에 나돌았다는데참으로 날카로운 풍자라는 생각이 든다스리랑카 사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자본주의 세계가 지금 그런 비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준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급은 정권을 퇴진시키면 충분한가촛불혁명 실패의 경험은 정권퇴진으로 불충분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 준다그 대안은 자본 편이 아니라 노동자·민중 편에서 국가를 통치하는 민중권력을 세워 내고그 권력에 의거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이다자본주의 경제의 두 축은 상품생산과 자본생산즉 이윤생산이다이 양대 축에 대해 대폭적인 수정이 이뤄지지 않고는 최소한으로도 불황을 극복할 수 없고 노동자·민중에게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도 제공할 수 없다그리고 이런 대폭적인 수정과 관련해서 규제강화냐 탈규제냐 하는 정책논쟁의 시효는 사실상 소멸했다지난 대선에서도 지배계급은 이렇다 할 정책논쟁을 벌이지 못하고 여야 공히 퍼주기에다 소확행이니 심쿵이니 하는 지엽적인 공약밖에 제시하지 못했다.

 

 

답은 시장경제에 계획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다시장경제에 계획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행정명령이 시장을 대체하는 옛 소련식의 계획경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시장을 존중하되 민주적 계획에 의해 시장이 통제받도록 하는 것이다스태그플레이션 덫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역 위주 경제에서 자급 위주 경제로 전환해야 하며이를 위해 무역과 투자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그리고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과제인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주거·교육·의료 같은 생필품을 무상화하면서 지대·이자·이윤 등 불로소득을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임기응변식으로가 아니라 중장기 계획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그래야만 선진적 경제를 넘어 선진적 사회에 이를 수 있다이것은 자본축적의 다른 이름인 경제성장이 지상목표인 박정희 식 경제계획이 아니다이 경제계획의 지상목표는 민생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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