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기타 | 인간 사고의 진리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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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5-02 11:43 조회3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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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5 2일자글입니다.

  

 

인간 사고의 진리성 문제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언제부턴가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라며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무성하다. 2018년 ‘BBS TV 화쟁토론 37’에서 이각범 전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시대의 철학의 빈곤 참 심각한 문제입니다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자리 잡았던 극단적 사고가 있습니다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협소하다 보면 이것이 옳으면 저것이 틀리다고 하는 흑백논리에 빠지거나 네편 내편 나누는 진영논리 같은 것에 빠지게 됩니다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극적으로 치달을 때 우리는 사회 전체가 극단적 사고에 빠졌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 자기의 주장에 대한 절제그리고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 그런 생각에 대한 상당한 유보 내지는 상대편에 대한 존중 이런 게 필요할 것 같은데….” 토론이 제시한 대안은 비판적 사고와 열린 토론이다즉 자기 사고를 상대화하라는 것이다.

  

 

사고의 절대진리화는 인식의 측면에서만 아니라 가치의 측면에서도 비판된다<한겨레칼럼에서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절대적 가치가 지배하던 20세기가 저물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며 그로부터 새로운 공통의 가치를 일궈내야 하는 것이 21세기 시대정신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나가치의 다양성 혹은 가치의 상대성이라는 탈근대적 지향성은 종종 몰가치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허용과 옹호를 낳기도 한다… 한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다양한 가치들이 산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서 그 가치들 사이의 관계와 위치에 대한 대등하고 진지한 토론과 상호참조를 통해 더 나은 공통의 가치에 대한 민주적 합의에 도달하려는 노력까지 포함하는 것이다이 과정이 무시되면 각각의 상대적 가치는 고립된 절대적 가치로 고정되고그 다음에는 그 절대성 사이의 어떤 교섭도 없는 적나라한 적대상태만이 남을 뿐이다.” 여기서도 대안은 역시 진지한 토론 등을 통한 절대진리의 상대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이분법적 사고가 비판된다<경향신문칼럼에서 김기석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 예일대 교수 티머시 스나이더는 푸틴은 정교회를 통해 러시아를 지배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종교성을 전유한 정치곧 영원의 정치학은 과거를 신화화한다… 영원의 정치학은 종교근본주의와 다르지 않다근본주의는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하나의 진실만 있기에 다른 견해나 입장은 제거되어야 한다… 그들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본다옳음과 그름선과 악이 갈린다현실 세계의 복잡함과 모호함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진리의 절대화가 비판되고 상대화가 대안으로 주장된다.

  

 

그런데 <조선일보칼럼에서 뇌과학자 김대식 KAIST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푸틴의 정책을 철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러시아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최근 독일 언론에서 그의 믿음을 소개한 적이 있다포스트모던 철학에 따르면 어차피 객관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두긴은 주장한다모든 진실은 누군가의 믿음이다고로 러시아인들의 믿음은 러시아의 진실이고러시아인들의 행동은 러시아의 정의다미래 세상은 핵무기로 무장한 러시아미국유럽그리고 중국이 지배한다상대방 영토를 침략하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각자의 영향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개별진실과 개별정의이기에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진실이자 정의라고 두긴은 주장한다… 인터넷 정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가짜뉴스가 늘어나기에 역설적으로 진실과 지식이 사라져가는 오늘날인류 보편적 가치와 객관적 진실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암흑한 21세기 미래를푸틴과 두긴은 우크라이나에서 미리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는 진리의 상대주의가 비판되고 보편적 가치와 객관적 진리의 필요성이 주장된다.

  

 

얼핏 보면 혼란스러운 이런 지적 풍경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누구는 진리의 절대화가 문제라 하고 누구는 진리의 상대화가 문제라고 한다진리는 상대적인가 절대적인가진리가 절대적이라는 관점이 오류임이 분명하다하늘나라가 아닌 인간 세상에 절대진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반면에 진리가 상대적이라는 관점은 사실상 진리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그 또한 오류다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하에서 이 두 잘못된 진리관의 뒤섞임이다자본가계급은 사회주의 이념을 무력화하기 위해 진리는 상대적이라고 주장한다반면에 역사적으로 상대적인 데 불과한 자본주의·제국주의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가치와 체제라고 강변한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왜 이분법적 사고를 문제시하는가자본가계급 두 당파 사이에 소모적 진영대립으로 사회의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는데이분법적 사고가 그런 진영대결을 낳는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이에 공론에 의한 진리의 상대화를 주장한다하지만 이들에게는 한국에서 왜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없다한국에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한 것은 지배계급의 전략 탓이다여야 두 당파 사이의 이분법적 대립은 실재하는 근본적 대립인 노동과 자본 사이의 대립을 은폐하고 억제하기 위해서 호출된 허구적 대립이다따라서 이 허구적 대립은 그들 간의 열린 토론으로써가 아니라 노동과 자본 사이의 이분법적 대립으로 대체됨으로써 극복되어야 한다.

 

-자 간에는 두 진리가 서로 이분법적으로 대립한다자본계급의 낡은 진리와 노동계급의 새로운 진리가어느 쪽이 승리할까인간의 사고가 진리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공리공론으로 밝힐 문제가 아니라 실천으로 입증해야 할 문제다지구적으로 자본주의가 사멸해 가고 있는 지금당파 간 극한적 대립으로 자본가계급 독재가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한국의 노동계급은 실천으로 자기 사고의 진리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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