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행사는, 1934년에 있은 샌프란시스코 총파업 75주년을 기념하여, '국제 항만 및 창고 노조'(ILWU : International Longshore and Warehouse Union)의 제10지부 및 제34지부와 운수노동자연대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국제행사다. 이들과 더불어 일본의 도로-치바 노동조합과 미국의 ‘철도노동자 단결’(Railroad Workers United : RWU)이 초동 찬동자로 나섰다. 우리는 이 국제노동자회의의 조직위원회로부터 제안을 받고 참가하게 되었다. 우리가 참가를 결정하기까지 일본의 도로-치바 노동조합이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초청공문 참조) 한국의 참가 조직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참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상황에 관한 보고는, 보고 내용이 단위 산업이나 업종의 범위를 넘어 나라 전체를 포괄한다는 점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지도부를 공식 대표로 파견한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서울본부 지도위원 이재영 동지가 맡기로 했다. 운수노조를 대표하여 정윤광 전략조직위원장이 참가했으며, 필자 본인은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를 대표하여 참가하였다. 사이버 노동대학 조명숙 동지가 통역으로 함께 참가했다. <출국> 7월 1일, 다들 출국 준비에 바빴다. 다른 나라 동지들에게 나누어 줄 기념품들(각종 투쟁물품: 소자보, 펼침막, 빼지, 머리띠, 스카프, 투쟁조끼 등)을 확보하랴, 시위 행진 때 사용할 펼침막과 깃발을 제작하랴, 깃발을 달 깃대를 구입하랴... 또 바다 건너 다른 나라에 가면 가장 큰 애로사항이 먹는 문제가 아니던가. 그래서 라면도 사고, 고추장도 사고, 김치도 사고... 또 경험상 객지에 가면 왠지 모르게 소주 생각이 나기에 그것도 챙겨가야 하고... 무엇보다 회의에서 발표할 문건 - 한국의 사회·정치 상황 일반에 관한 것과 운수노조 상황에 대한 것 두 가지 각각 - 을 작성하고 영역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것과 더불어 발표장에서 상영할, 한국 상황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고, 또 그 동영상에 영어로 나레이션을 취입해야 하고... 이 작업으로 같이 회의에 참가할 민주노총 서울본부 지도위원 이재영 동지와, 사이버 노동대학 조명숙 동지는 물론이고, 지원하던 신인철, 박승호 동지들까지 출발 전야를 거의 새웠다. 게다가 운수노조 전략조직위원장 정윤광 동지는 뒤늦게 회의 참가에 합류하는 바람에 같이 가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7월 2일 이른 아침 비행기로 먼저 출발해야 했다. 이런 사정들이 겹쳐서 참가자 전원이 사이버 노동대학 사무실에서 합숙을 했다. 아니 철야를 했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7월 2일 오전 10시, 사무실을 나와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미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3년 전인 2006년 9월에 민주노동연구소 노동운동혁신연구팀의 사업으로 미국 노동운동에서 벤치마킹할 점을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 정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로스엔젤레스, 워싱턴,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를 순차적으로 방문했었다. 방문의 구체적 목적은, 북미 노동운동 일각에서 주장해 온 ‘사회운동적 노조주의’와, AFL-CIO의 ‘정치적 경제주의’ 노선을 비판하고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조직화 전략’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게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밟는다. 몇 차례 해외여행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전보다는 덜 생소하다. 짐을 붙이면서 비행기 표를 받고, 출국하기 위해 몸과 짐을 검사받고, 탑승구를 확인하고 탑승시간까지 기다린다. 면세점을 둘러본다. 딱히 줄 데를 예정하지는 않았지만 쓸 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 선물용으로 인삼 제품 몇 개를 샀다. 이번에는 무엇을 얻고자 또 미국으로 가는가? 재정 형편상 일 년에 한 나라씩만 방문하기로 작정했었는데... 중국이나 유럽은 한 번도 방문하지 못하고 무엇이 좋다고 미국을 두 해 걸러 또 방문하게 되다니... 남북관계가 양호할 때에 평양을 한번 가봤어야 하는데... 이러저런 잡념이 스친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 경제 대공황이 진행되고 있는 한 가운데서, 그 태풍의 눈의 위치에 있는 미국의 형편은 어떻고 또 미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 사태를 미국의 노동운동은 어떻게 맞으려고 하고 있는지, 한·미·일 지배계급이 강고한 동맹을 맺고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키고자 획책하고 있는 지금 한·미·일의 노동운동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 매우 엄중한 숙제들을 가지고 긴장된 마음으로 미국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딱 부러지게 무엇을 얻기 위해 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 숙제들을 풀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한번 가보는 것이다. 일본 유일의 전투적 노동운동 흐름이라고 할 도로-치바 노동조합 동지들의 권유가 있었고, 노동자 국제주의 실현을 위해 미국의 전투적/사회운동적 노조운동을 상징하는 ‘국제 항만 및 창고 노조’(ILWU) 동지들과 관계를 터고 싶었고, 국제 개량주의 노동운동 흐름에 맞서 전투적이고 변혁적인 노동운동의 국제적 흐름을 형성하기 위해 부딪쳐 보고 싶었다. 사실 우리 민주노동연구소가 주력해 왔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노동자연대’(APWSL)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정세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파쇼적 공격과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전투적이고 변혁적인 노동운동의 범 세계적인 단결과 투쟁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람들은 쉽게 ‘세계 사회주의 혁명’을 입에 올린다. 하지만 앉아서 누군가가 그런 흐름을 만들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세계 노동운동 속에서 한국 노동운동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 된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파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힘 있는 자가 짐을 지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니던가? <첫째 날> 비행기 삯을 절약하느라 샌프란시스코 직항 편이 아닌,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환승하는 표를 샀다. 오후 2시 경에 출발해서 두 시간여 만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금방이다. 그곳에서 새벽에 출국해서 여러 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던 정윤광 동지를 만났다. 이제부터는 같은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된다. 비행기 출발이 조금 늦어진다. 오후 6시 5분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6시 20분에 출발한다. 이제부터 장거리 여행이다. 8시간 이상이 걸리고, 그렇게 장시간 날아가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도 날자는 똑같이 7월 2일이고, 시간은 정오쯤이라고 한다. 시차 적응이 걱정된다. 잠을 많이 자 둬야겠다. 샌프란시스코! 말로는 많이 듣던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일본 사이에 강화조약이 체결된 곳이고, 유명한 버클리 대학이 있는 곳이다. 진보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공황 시기인 1934년에, 부두노동자를 비롯한 시 전체 노동자들이, 역사적인 지역총파업을 만들어내고 승리했던 도시이다. 바로 그것을 기념하는 75주년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아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약간은 가슴이 설렌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현지 시간으로 7월 2일 오후 1시를 지나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절차가 여전히 위압적이다. 열 손가락 지문을 찍고, 눈의 동공도 찍고... 그래도 부시 정권 하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기승을 부리던 3년 전에 L.A. 공항에서 겪었던 것에 비하면 불쾌감이 덜하다. 짐을 찾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니, 주최측에서 ILWU 34지부의 러스 미야시로(Russ Miyashiro) 동지와 운수노동자연대위원회의 스티브 젤처(Steve Zeltzer) 동지가 마중나와 있다. 둘 다 초면이다. 또 그들과 함께 10여 명의 일본 동지들이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 도로-치바 노조의 다나까 위원장과 국제연대 위원회 히로사와 동지, 한국을 방문하여 이념교육을 했던 노동학교 마수다 선생 등 아는 얼굴들이 여럿이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첫번째 기념사진이다. | 
2009-09-03 15:0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