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이사장)

<둘째 날 오후>

오후 교육회의는 일본 도로-치바 노동조합 노동학교 마수다 아키오 선생의 발표로 시작되었다. 마수다 선생의 발표 요지는 이렇다.   <1> 세계대공황기 계급투쟁의 시대가 왔다. 우리는 또다시 1929년 대공황 이래의 ‘세계공황기의 계급투쟁’ 와중에 들어가고 있다. 일본의 노동운동은 오랫동안 '대공황기의 계급투쟁'을 암흑의 시대로 보는 시각에 사로잡혀 왔다.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한 그러한 이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노동운동이 그 생생한 증거이다.   <2> 1934년 투쟁의 핵심은 노사협조적 조합간부를 타도해서 평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되살린 것이다. 해리 브릿지스는 “노동조합이란 결국 노동자 대중의 용기와 확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는 1934년 이후 변함없는 진리다.”고 지적했다. 이런 원동력에 의거해서 투쟁은 1935년부터 37년에 걸쳐 고무, 자동차, 전기, 시멘트, 철강, 등 미국 전역의 대량생산 공장 농성파업투쟁으로 이어져 갔다. 루스벨트의 뉴딜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자본의 전제지배는 붕괴에 직면했다.         <3> 이러한 정세 하에서 1937년 2차 루스벨트 정권은 전쟁체제로 전환했다. 뉴딜 체제는 전시동원체제가 되었다. 노동3권이 정지되었다. 하지만 1941년부터 45년 8월까지 44개월 동안 677만 명이 참가한 1만 5천 건의 파업이 전시채제 하에서 벌어졌다. 이 때 스탈린주의 미 공산당은 노동자계급투쟁을 철저하게 적대시했다. ‘반파쇼 민주주의옹호 전쟁’이라는 기만으로 미 제국주의의 참전을 지지하며 노동자계급을 전쟁에 동원할 것을 솔선해서 주장했다.   <4> 제국주의 전쟁은 세계 노동자·인민을 분단하여 가공할 재앙을 가져왔다. 2차대전 이후 노동운동은 반전투쟁을 그 축으로 두고 투쟁을 시작했다. 이러한 투쟁을 이루어낸 힘은 평조합원에 철저하게 의거하는 노동조합주의와 국제주의의 투쟁이다. 노동자계급은 전국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제국주의 국가권력의 독재를 타파할 힘으로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 세계공황과 세계전쟁을 노동자계급 자기해방의 세계혁명으로 전화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세계공황의 모든 희생을 전가 받고 있는 국제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쟁취’ 투쟁이다. <마수다 선생 발표문 전문 보기>

['1934년 샌프란시스코 총파업의 교훈'을 주제로 발표하는 마수다 선생. 오른쪽 옆은 통역]

마수다 선생의 발표에 이어 도로-치바 노동조합이 ‘대 파업’(Big Strike)을 일본어 번역·출판한 데 대해 감사장 수여가 있었다.

[감사장을 들고 있는 동지는 도로-치바 노동조합의 다나까 위원장]

다음으로 ILWU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디칼리즘과 IWW가 행한 역할에 대해 노동사학자인 지포드 하트만(Gifford Hartman)의 발표가 있었다. 그는 전에 한국에서 5년 가까이 머물렀다고 하며, 용산참사가 벌어진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인 숙대 입구 부근에서 살았다고 했다. 바로 사이버 노동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곳 아닌가?  그는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강수돌 교수를 안다고 했고, 그의 부인은 한국인으로서 예전에 노동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필자나 정윤광 위원장에 대해 들어서 안다고 하면서 반가움을 표했다. 세계가 참으로 좁다는 것을 실감했다.   “1920년대 미국 서북부 운동적 분위기는 보헤미안 분위기, 무정부주의자 분위기였습니다. 해리 브릿지스는 서해안으로 이주하였습니다. 당시 항해사들은 인도, 영국 등 세계를 다니면서 영국 슬럼가가 인도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경험해서 알았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는 세계 전체에서 보편적임을 안 것입니다. 해리 브릿지스는 1921년에 산프란시스코로 와서 항만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IWW(무정부주의 경향)에 가입하였습니다. 3원칙은 ①선동하라, ②교육하라, ③조직하라 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옮겨 다니므로 산업적 노동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산업 업종에 종사해도 노동자는 하나였고 하나로 단결해야 했습니다. 1901년 해운항만 노동자 투쟁이 있었고 3백여 명이 사상(死傷)당하였습니다. 인종을 넘어서 투쟁하였습니다. 1910년 라틴, 아시아인 노동자가 인종을 넘어 단결 투쟁하였습니다. 1913년 캘리포니아 농업노동자 폭동이 거세게 일어났고 사형에서부터 21년형 등 중형을 받았습니다. 1920년대에 이르면 IWW는 무력화되었습니다. 1929년 대공황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때 샌프란시스코 총파업이 일어난 것입니다. 업종, 지역, 인종을 넘어서서 노동자들은 단결하였습니다. 최근에도 흑인 노동자들을 무고하여 범죄인 취급해서 사형 등 중형을 선고한 사건에 항의해서, 2008년 서해안 29개 부두가 메이데이 파업을 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공격(injury)은 모든 사람에 대한 공격이다>”

[ ILWU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디칼리즘과 IWW(세계산업노동자연맹)가 행한 역할에 대해 발표하는 지포드 하트만]

다음으로 터키 보건의료 노조 대표인 투판(Tufan Sertlek)의 발표가 이어졌다.   "1963년 노조실천운동으로 민주노조를 만들었습니다.   1970년대 대투쟁 성공으로 노동법을 바꾸고 학생, 민중을 조직화하였습니다. 터키는 전통적으로 관제어용노조가 존재합니다. 현재 총 노조원 2백만 명 가운데서 민주노조는 40%입니다. 전체 조직 노동자 중에서 10%인 2십만 명 정도가 전투적 노동자들입니다. 나는 그 활동가입니다.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통역은 은행 사무직 종사)   1980년대에 파쇼적 군사통치로 심하게 탄압 받았습니다. 이에, 어용노조 반대, 자주적·민주적 노조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저는 노조 지도자이며, 코뮤니스트입니다. 우리들은 병원, 섬유봉제 등 하청노동자 조직화에 성공적입니다.  터키 민중은 보수적인 편입니다. 지금도 조직화 사업에 대해서 경찰 탄압이 심해, 해고 구속될 수 있습니다. 조합원의 직접적 이익을 위한 투쟁과 체제변혁을 같이 하는 조직으로 노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쟁이고, 분열시는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투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터키 보건의료 노조 대표 투판]

이어 ILWU소속으로 'Million More Movement'운동에서 나온 동지의 발언이 있었다.   “메이데이 행진은 1백만 노동자행진이 되어야 합니다. 조직된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요구를 얘기하고 투쟁을 얘기해야 합니다. 1백만 행진을 함께 하기 위해서 조직된 노동자와 조직 안 된 다른 노동자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해리 브릿지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겠습니까? 세계와 노동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가치를 위해 싸웠는지가 중요합니다.   샌프란시스코 투쟁이 일어난 건물이 지금 도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보존하는 게 중요합니다. 반대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 ILWU 조합원]

이어서 ‘국제서비스노조’(Service Employeees International Union : SEIU) 통합 보건의료 노조 서부지역 분과(United Healthcare Workers - West : UHW)의 조합원이며 역사가인 브래들리 위드마이어(Bradley Weidmaier) 동지의 발표가 있었다.   “알비온 홀에서 사회주의자가 교육을 담당하였습니다. 1930년대에 일본 운수노동자가 왔을 때, 공개적인 공산주의 선전신문을 보여주었습니다. 공산주의자와 다른 좌파가 힘을 합쳐 노조를 훌륭히 해 이끌어 나갔습니다. 1934년 파업 당시 강철군함을  중심으로 해운 총파업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으나 이들이 협조주의적으로 변해서 축출하였습니다.”

[발언하고 있는 브래들리 위드마이어]

사회자인 스티브 젤쳐 동지도 발언했다.   “1934년 총파업 기억이 오늘날에 더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은 사느냐 죽느냐에 직면해 있습니. 전 세계적으로 그러합니다. 한국, 터키, 필리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으로 말하면 노조 지도자들은 ‘오바마가 잘 할 것이다’고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투쟁밖에 노동자를 구할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노동자 스스로의 조직, 스스로 투쟁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바마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손에 피를 묻혔습니다. 어린이들이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1934년 총파업은 해리 브릿지스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노동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해리 브릿지스는 그 결과물입니다. 한국의 다큐물을 잘 보고 있습니다. 패배에서 배웁니다.”

[스티브 젤쳐의 연설 모습]

마지막 순서로 턱수염을 한 랄프 쉔만(Ralph Schoenman) 동지로부터 스튜어트가 113번지에 위치한 1934년 총파업 당시의 파업본부 사무실 건물을 도시개발을 이유로 철거하는 데 반대하고 그 장소와 역사를 보존하는 투쟁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그는 Taking Aim & NWU-UAM 1981 샌프란시스코 본부의 공동사회자이다.   “개발자본이 와서 1934년 투쟁기록을 지우려고 하는 것에 반대투쟁하고 있습니다. ILWU 113지부, 해운노조 등 여러 노조와 단체들에게 연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개발업자는 여러나라에 지사를 가진 큰 개발업체입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환경친화적 빌딩을 건설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큰 자본과 효과적으로 투쟁하려면 연대가 중요합니다.”   그의 발표가 예정 시간을 초과하여 길게 이어지자 청중들이 지루해 했다. 그러자 ILWU 34지부 러스 미야시로 동지가 나서서 발표자가 약속시간을 지켜서 빨리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러스 동지는 겉모습에서 비쳐지는 것처럼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는 뚝심이 있었다.

[투쟁 보고하는 랄프 쉔만]

끝으로 그 건물을 노동역사/교육/훈련 센터로 만들자는 제안 설명이 있었고, 호소문 서명용지가 배포되었다. 그 용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그 건물은 1933년에서 1935년까지 ILA(International Longshoremen's Association) 38-79지부 사무실이 있던 곳이고, 1934년 수개월에 걸친 부두`해운 파업의 신경센터였다. 1934년 7월 5일 피의 목요일에 경찰이 수십여 명의 노동조합원을 총으로 쏜 곳이고, 살해된 두 명의 노조원의 유해가 나흘 동안 안치되어 있던 곳이다. 7월 9일 ILA 순교자들을 보내는 대규모 장례행렬은 이 사무실에서 출발해서 마켓 스트리트와 시내를 가로질러 나갔다. 이 거대한 침묵 행진은 전 세계 근로민중들을 감짝 놀라게 했다.”   “지금 세계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자의 하나인 하인스 인트레스트 합자회사(Hines Interest's Limited Partnership)이 이 역사적인 건물을 허물고 10층짜리 사무실 빌딩을 지으려 하고 있다. 개발업자는 ‘역사 자원 분석’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했고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는데, 거기에는 ‘이 건물이나 그 동안의 이 건물 점유자나 모두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발전에 중대하게 기여한 바 없다.’고 되어 있다.”   “시간이 없다. ‘우리의’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 탐욕스러운 개발업자의 건물 철거용 장비들로부터 스튜어트가 113번지를 지켜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총파업 학습회의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단상으로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인터내셔날가를 합창하고 있다]

[총파업 학습회의가 열린 선박화부조합(Marine Fireman's Union) 회관 앞에서]

[총파업 학습회의가 끝나고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가운데가 브라질에서 온 파비오 동지]

저녁 시간에는 식사 초대를 받았다. 스티브 젤쳐 동지를 통해 어느 한인 교포의 저녁식사 초대가 들어왔다.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이다. 초대한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신경 쓰지 않고 기꺼이 응하기로 했다.     집은 오클랜드 시 버클리 대학 부근이라고 했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평범한 단층 주택이었다.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집안 분위기가 특이했다. 액자가 걸려 있는데 한자로 된 것이었다. 더구나 애국적인 내용의 글이었다. 남자 주인은 임(林) 폴 씨라고 하는데, 부인도 한국계였다. 두 분 모두 한인 2세라고 하는데 한국어를 잘 하지 못했다. 임창영 전 주미 대사의 자제분이라고 했다. 어디서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본 듯했다. 장면 정권 당시 주미 대사를 역임하다가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를 접하고 그 불법 쿠데타 정권에 복무하기를 거부하여 귀국을 포기했으며, 이후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다는 이야기 말이다. 대화를 나누던 중에 불현듯 고 임창영 대사가 한인 교포로서 지금 한국에 와서 활동하고 있는 임월산 동지의 조부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환성을 질렀다. 그렇다면 임 폴 씨는 임월산 동지의 삼촌인 것이다. 이렇게 연결고리가 풀리고 나니까 이야기하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한편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다. 아시안 메디컬 센터에서 임 폴 씨와 함께 일하는 전 지영이라는 분도 왔고, 권혁인 목사님도 왔다. 그는 젊고 진보적인 목사였다.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이 여럿 왔고, 어떤 나이든 부부도 왔다. 60년대에 이곳으로 왔다고 하고 고생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가슴이 싸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연세가 칠순을 넘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았는데... 북한에도 여러 차례 왕래했다고 한다. 또 한참 있다가 아주 젊은 여성들이 서너 명이 왔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지 않아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중 한 사람은 SEIU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던 임 폴 씨 집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액자 안의 글자는 국위선양이다.]

한쪽에서는 식사를 하고 다른 곳에서는 담소를 하며 붐비어 마치 잔치집 같았다. 한국의 상황과 노동운동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정윤광 동지가 이야기했다. 자신이 고 윤한봉 동지의 친구라로 말하면서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를 거치면서 사회가 양극화되어 없는 사람들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이러한 현실에 대해 두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고 강하게 비판했다. 듣는 사람들이 약간 당황스러워 하는 듯했다. 그래서 약간의 보충설명을 했다. 이런 사회양극화 문제는 오로지 두 민주정부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기보다 김영삼 정부 당시부터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초래된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김영삼 정부보다 훨씬 민주적인 정부였지만 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을 집행했다는 것, 한국의 민주화운동의 주류가 사실은 군사독재를 해체하고 자유민주주의 통치를 쟁취하는 대신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거래(deal)를 했다는 것, 그 결과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양극화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세력의 신망이 크게 실추되었고, 앞으로 민주적인 정부의 수립이나 민족통일로의 접근은 신망을 잃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세력에 의해서는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 따라서 이제  노동자를 비롯한 진보`변혁세력이 그러한 임무를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교포들의 경우 아무래도 한국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적인 문제보다 민족이나 나라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이후에는 통일 문제 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이 보인다. 반면에 국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삶을 둘러싼 문제나 갈등이 더 크게 다가오는 반면 민족 전체의 문제는 잘 다가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날의 자리는 서로가 소통하고 이해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여기서도 민족문제와 계급문제는 그 어느 하나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것, 따라서 항상 함께 중요시하고 긴밀하게 결부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실감했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그 밖에도 중요한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그 두 문제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과연 부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엔엘이니 피디니 하는 정파들은 과연 언제까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다음편이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