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오후, ‘광우병 대책회의’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1. 명박 퇴진이냐, (재협상촉구) 명박 심판이냐?
2. 1 더하기 5냐, 1과 5를 동시에 하느냐?
그밖에 더 토론거리가 있었지만 이 둘을 토론하다가 ‘대관시간’이 마감해버렸다.
초반에 다른 수정안 표결을 통해 좌파 3 ; 우파 4의 숫자가 확인된 터여서 조희주 샘을 비롯해 여러 좌파들이 ‘퇴진/심판’ 중에 선택하라는 ‘표결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끈덕지게 제기하여서 우파들이 결국 “명박 심판의 현재 기조로 가되 퇴진운동에 돌입할지 여부는 추후 논의한다”고 절충하는 데 동의했다. ‘명박 퇴진’이 표결로 부결된다는 것은 앞으로 ‘퇴진투쟁, 벌이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뜻이다.
쇠고기반대와 다른 다섯 의제(미친교육 등...)을 함께 하자는 것은 시골 활동가들이 절감하는 주제. 가령 농촌지역에는 이미 ‘쇠고기문제 관심’은 식고 ‘치솟는 물가’등에 분노가 쌓이는 지경. 그런데 천주교사제단처럼 ‘대운하’운동에 관심 갖는 부분에서도 다섯 의제를 본격화하는 데 동의하여서 우파(시민단체, 한국진보연대) 예상과 달리 “1과 5 동시진행”안이 가결되었다. 그러자, 시민단체쪽에서 난리가 났다. “우리는 광우병 반대만 동의하지 다른 의제들은 받을 태세가 안 되어있다. 이러면 우리더러 탈퇴하라는 얘기다” 그러자 ‘한국진보연대’에서 번안 동의를 냈다. “최종결정은 다음으로 미루자” 내가 발언권을 얻어 “그래, 사정이 그렇다면 번안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런 설득력있는 논거 없이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면 이 회의는 ‘장난’으로 하는 거냐.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표결 붙이기’로 간 것이 문제였으니 1안 토의도 없던 것으로 하고, 사회자/집행부는 ‘사과 발언’하고 향후 운영 쇄신에 대해 의견을 내놓아라” 이 날의 사회자는 ‘남윤인순’이라고 여성단체연합쪽 인간인데 노무현정부와 아주 밀월을 즐긴 인물이다.
‘급식연대’ 배옥병이가 뾰르르 일어났다. 우리 동기 송병춘 와이프이고, 김재석샘과 오랫동안 ‘급식운동’ 일을 같이 해와서 전교조 활동가들과 친분이 두텁다. 그러나 이렇게 운동이 치열해질 때 시민단체의 한계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인간이 남윤인순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하고 나서서 악악댔다. “얼마나 열심히 일한 사람인데 ‘사과하라’느니 함부로 말할 수 있어요?”
명박이 정부와도 밀월을 누리고 싶은 남윤인순이가 “그래, 사과하지요. 여러분, 저 사퇴할까요?” 그러자 시민단체쪽에서 앵무새 합창이 일어났다. “아아-니요!” 한국진보연대 박석운이는 (이 친구는 대학때 알던 친구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기, 집행부는 따로 없습니다”하고 반격하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노무현정권과 적당히 거래하며 살았던) 오종렬이가 나의 과격스런 발언에 심기가 불편했는지 오만상을 찡그렸다. 이 인물이 근처에 앉아 있어서 그 사나운 찡그림에 눈에 밟혔다.
그러고는 다들 웃으며 일어나 자리를 정돈했고 문 밖의 기자들을 불렀다.
.... 토요일 저녁, 시청옆 인권위 건물 앞에서 ‘촛불교회’ 사람들 30여명이 ‘기도회’를 열었다. “대책회의가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까?”하고 옆사람에게 물었더니 “원천봉쇄되어 안 열면 안 열었지, 청계광장에 스스로 갇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더라”고 한다. ‘이 기도회로 모이라’는 (대책회의에서 보내는) 문자를 자기는 받았단다. 시간이 좀 지나서 교회 사람들이 앞장서고 촛불대중이 뒤따라서 시청앞을 한바퀴 돌았다. ‘대한문’ 앞에 다다랐는데 마침 성질 더러운? 버스 기사와 택시 기사와 자가용 운전자 하나가 그 성질을 폭발시켰다. 경찰이 앞에 진 치고 있어서 자기들이 갇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열 받았나보다. 전경들 앞으로 바짝 차를 갖다대고 클락션을 빵빵 울려댔다. 군중들이 흐뭇해져서 이를 응원했다. “차 지나가게 길 비켜라” 그러나 결국 경찰의 의지가 더 확고하여 차들도 발뺌하고 대중들도 발길을 돌려 광장옆 큰 길에서 죽치고 앉으려는데 조금 있다가 ‘앰프 실은 봉고차’가 오더니 을지로 행진을 시작했다. 촛불교회 사람들은 모처럼 헌신해서 ‘대책회의’가 감당하지 못한 집회 앞대목을 열어주었는데 어떻게 할지, 상의도 없이 바로 행진에 들어가는 ‘대책회의’가 야속한 눈치다. 이 ‘촛불교회’ 사람들은 전에 공백상태를 몇 차례나 메꿔주는 촛불집회를 시청에서 열었던 운동성/진정성 있는 주체들이다.
...행진대열이 조계사 앞에 도달했다. 좀 처져 있다가 앞으로 가보니 “대책회의” 주최자는 ‘여기서 촛불문화제’를 열자고 설득하고 상당수 군중이 ‘앞으로 가자’ ‘대책회의 물러나라’ 격한 외침을 퍼부었다. ‘아고라’ 등의 젊은 친구들이 ‘대책회의 못 믿겠다’고 분노를 터뜨리며 지나갔다. 결국 대책회의 ‘주최자’가 굴복하여 행진대열은 다시 길을 떠났다. 안국동 가로막힌 경찰들 앞에는 운동단체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젊은 친구들이 태반에, 몇몇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빈민들 판이었다. 운동이 이렇게 발전하면 대중이 운동권보다 더 과격하게 치열하게 나선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 12일 집회에 얼마나 오나, 가슴 졸였다. ‘대책회의’ 주류는 ‘김빼기’에 안간힘이었고 이에 맞설 힘은 아직은 ‘자발적 대중동력’뿐이었으니. 12일의 동력은 어느 정도 되어서, 17일을 ‘담보’해줄 수는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뒤가 문제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계획도 잡혀 있지 않고, ‘대책회의’ 주류는 어떻게 촛불집회를 접고 ‘불매운동’의 쇼를 벌이느냐, 그 안간힘이기 때문이다.
*** 여기까지 (무료로) 읽으신 동지들은 ‘무료^^ 독서’의 값을 해주시기 바란다. 17일날은 꼭 서울시청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 일이 잘 풀리면 26일날은 ‘미친소/미친교육’ 두 가지 주제를 내거는 집중투쟁을 배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촛불집회 없으면 불매운동도 가라앉는 법이고, 촛불집회 덕분에 ‘교육감 선거운동’도 힘을 받았다. 두 달이 넘는 촛불투쟁은 거의 ‘혁명적인’ 투쟁이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혁명적 가능성을 품은 운동이라면 힘이 들더라도 이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시골 농민회에서 올라온 사람들 이야기가 ‘우리도 사실 지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힘내서 한다면 이어가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17일의 투쟁이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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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3 03:58: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