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가 산화하신 지 16년이 지난 10월 19일 모처럼 마음을 먹고 묘지를 찾았습니다. 안산지역에서는 90년 당시 투쟁이후  매년 지역차원에서 추모제를 진행하였지만 열사의 묘지는 찾아 보질 못했습니다.
당시 금강공업 노조 부위원장으로 선두에 서 투쟁하다 원태조 열사와 함께 산화하신 박성호 열사의 주검은 공권력의 협박과 감시 속에서 빼돌려져 한 줌의 재로 이름모를 야산에 뿌려졌습니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한 박성호 열사와 달리 당시 원태조 열사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죽어서도 경기남부지역 동지들과 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구속자와 수배자를 내면서 정말 가열차게 투쟁은 했지만 막바지에 힘있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서 두 열사 분의 뜻을 받아 안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열사들의 유가족과 열사의 묘지를 찾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원태조 열사의 동생분을 통해 말로만 들었던 원태조 열사의 묘지를 반나절이 넘게 운전해 찾아가 수소문 해보니 실감이 안들더군요.
찾아오는 이도 없고 남겨진 부인도 자녀도 없는, 45-200-1 이라는 위치가 새겨진 묘비만 덩그라니 서 있는 원태조 열사의 무덤. 어떤 흔적 하나 남아있지 못한 박성호 열사와 두 열사의 남겨진 팔순이 다 되어가는 늙으신 모친들....
 머리숙여 잠시 묵상하다 무덤에 자라난 때 늦은 풀들을 뽑아내고 돌아왔습니다. 뭘해야 할 지 생각하면서.
(원태조 열사의 묘지는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용수리에 있는 대정공원묘원에 있습니다.)